독일 대학 입학 과정 - 사례2
다음은 독일어 학습을 위한 보딩스쿨과 정규 독일 고등학교에 입학한 B양에 대한 이야기이다. 유아원, 유치원을 다니는 아기를 둔 부모들치고, 아마도 내 아이가 천재성을 가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어머나! 이런 꼬마가 어떻게 이런 어려운 말을 할 줄 알지? 그림은 왜 이렇게 잘 그린 거야? 딱 한 번 가르쳐 줬을 뿐인데 확실하게 기억하여 써먹고 있네. 하나만 가르쳐 줬을 뿐인데 열을 아는 거잖아? TV에서 본 것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따라 하는데…” 등등 우리 아기의 천재성은 이루 나열할 수 없을 정도다. 하기야 태어나서는 하품하는 것도, 재채기하는 것도, 기지개를 켜는 것도 대단해서 온 가족이 아기의 이런 모습을 보고 손뼉을 칠 정도였는데, 겨우 2-3년 후에 엄청난 지적 능력을 갖췄음이 목격되니 엄마 아빠는 천재라고 흥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에도 마찬가지다. 영어유치원에서 원어민 선생님한테 배운 발음은 거의 원어민 수준같이 느껴졌고, 한 두 단어가 아니라 문장으로 말하는 정도가 되면 부모의 자랑지수는 최고조에 달한다. “우리 애가 언어에 소질이 있어요. 원어민 발음으로 영어가 유창해요.”
그러나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 중학교 선행과정을 시작하면서 서서히 학력 격차가 드러나게 된다. 콧대 높은 학원의 원장이나 상담실장에게서 상위 반에는 어림도 없다는 냉정한 말을 듣고 나면 엄마의 자존심을 갈가리 찢어지게 되는데, 중학교에 진학하여 중간고사, 학기말고사 성적표에서 엄마의 자존심은 거의 회복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천재라고 믿었던 아이에 대한 실망에 더하여 엄마의 진심 어린 충고에 또박또박 말대꾸까지 하는 아이의 불손함에 분노가 치민다. 한편 이제까지 자신을 최고라고 추켜세우던 엄마가 자신을 무시하며, 사소한 일까지 간섭을 하며 핀잔을 주게 됨에 따라 아이의 반항심은 발화를 시작한다. 그리고는 “이쯤 되면 막 가자”라는 단계로 진입하게 되어 사춘기의 아이와 부모는 최악의 관계를 맞이하게 된다.
엄마와의 관계 개선에 뜻이 없었던 B양은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던 아이돌의 사생팬이 되어 공연이 있는 날이면 결석도 불사한다. 비록 학업은 뒷전이었지만, 사람 사이의 온기에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는 B양은 아이돌 그룹을 매개로 그들을 따르는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에 관심의 영역을 넓혀 가고 있었다. 그러나 B양의 엄마는 그 좋은 머리로 아이돌 따라 다니는 시간에 공부해 준다면, 반에서 1등은 문제도 아닐 텐데…. 이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B양이 한심할 뿐이었다. 모녀 사이에 매일 치열한 전쟁이 치러지며 중3 과정이 끝나가는 순간이 다가오자 엄마는 B양에게 최후통첩을 보냈다. 대학 갈 준비를 위해 고등학교 과정 학원에 등록하든지 중학교 졸업의 학력으로 끝내든지 극단적인 선택을 종용했다.
광팬들의 모임에서 B양이 판단해도 어이없다 싶을 정도의 수준 이하의 다른 친구들은 보면서 B양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성찰하고 있을 때이기도 했다. B양은 또렷한 자신의 미래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음에 불안감을 느끼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기는 했지만, 최후통첩하는 엄마에게 단절감을 느끼게 되어 마음과는 다른 독한 말들이 폭발하는 활화산처럼 뿜어져 나왔다.
보다 못한 B양의 이모가 B양을 데리고 필자를 찾았다. 심리인적성 검사를 통한 B양의 진로에 대한 상담을 의뢰한 것이다. 필자가 미루어 짐작한 엄마의 성격 유형과 B양의 성격 유형은 극과 극이었을 것이다. 반대의 성격적 특성을 가진 B양에 대하여 엄마는 매력을 느꼈고 더 많은 기대를 했을 것이지만, 자신의 세계관이나 가치관으로 판단할 때 B양의 성격이나 행동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더 많은 염려와 걱정도 하게 되었다. 한편 늘 감시하고 잔소리하는 엄마에게 질려 버렸다고 한 B양은 엄마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해하지 않겠다고 했다.
B양의 검사 결과에 따라 B양의 진로 탐색 과정에 돌입했다. B양의 아버지는 공학을 전공한 분으로 독일 회사에서 일하고 계셔서 B양은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나마 독일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고, 부모에게 막대한 유학 비용을 부담시키고 싶지 않다고 하는 착한 딸이기도 했다. B양은 사생팬의 경험을 커뮤니케이션이나 뮤직비지니스 전공에 접목해 보고 싶다는 야무진 꿈도 꾸고 있었다. 그러나 B양은 중학교 3년 동안 학업을 등한시했기 때문에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바로 대학 입시 모드로 전환되는 고등학교 교육을 따라 갈 수 없을 거라는 불안한 예단으로 우울해했다.
B양에게 내린 필자의 처방은 다음과 같다. 구체적인 정보 없이 막연한 동경이었으나 유학의 목적지로서 독일을 선택하는 것은 모험적이기는 해도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되었다.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이 독일 대학 입학에 관심을 갖지만, 단기간 내에 독일 대학에서 학업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독일어를 구사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독일 대학에 졸업하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그러나 B양은 독일어를 배우는 어학연수 차원의 주니어 보딩스쿨에서 1년간 독일어를 학습하고 11학년에 현지 독일 사립학교 (보딩스쿨)에 보내어 2년간 현지 학생들과 함께 정상적인 독일 학교 교육을 받고, Abitur를 끝낸 후 독일 대학에 입학하는 계획을 세웠다. 독일 고등학교 Prep 과정을 비롯하여 3년간 독일 고등학교를 경험하게 되면 거의 원어민 수준의 독일어를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독일 대학교 입학에 문제가 없다. 고등학교 기간에는 사립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학비가 들지만, 독일 대학의 학부 과정은 3년이고 거의 모든 공립대학이 무료이기 때문에 기간과 경비의 면에서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훌륭한 선택이었다.
German + Boarding School은 한국의 유학원에서는 거의 알지 못하는 새로운 개념의 프로그램이다. 몇 년 전 필자는 설립자의 아들로 현재 마케팅 디렉터 역할을 하는 Tobias Langenstein의 초청으로 독일 남부 Lindenberg, Bad Schussenried에 위치한 어학 중심의 보딩 스쿨과 Constance의 독일어 학교를 방문해 본 적이 있다. German Language Boarding School은 10세부터 17세까지 세계 여러 나라의 주니어들이 모여 생활에 필요한 실용 독일어부터 독일의 고등학교 학습에 필요한 Academic German 과정과 독일어로 이루어지는 개별 학과목까지 가르치는 학교로 기숙사 시설은 물론 식당, 체육관, 수영장, 도서관, 축구장, 테니스 코트와 트랙킹 코스까지 완벽하게 구비된 주니어 보딩스쿨이다. 저학년 학생들은 독일어 수업을 받고 인근의 보딩 스쿨이나 사립학교에 배치되고, 고학년 학생들은 이곳에서 독일어 수업뿐 아니라 고등학교 수업까지 마스터하여 Abitur를 성공적으로 패스하여 직접 독일 대학교에 입학한다.
Bad Schussenried 나 Lindenberg에 위치한 German+ Boarding School은 일주일에 45분간의 30시간의 독일어 수업이 진행되고 각종 스포츠, 음악, 과외 클럽활동과 함께 주말에는 다양한 주말 행사와 여행의 즐거움을 누리게 된다. 학교에서는 수업 시간뿐 아니라 모든 활동에 참여하면서 “German Only”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독일어 습득 능력이 가속화된다. 일정 수준의 독일어 능력에 도달되면 기본적인 학과 수업을 제공하므로 정규 수업에 진입하는 데 문제가 없다. 특히 학생의 미래 적성과 관련되어 학생의 능력과 니즈에 적합한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데 도움을 주는 Secondary School Admission Counselor가 상주하고 있어서 진학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을 이수하고 진학할 수 있는 40개 이상의 고등학교는 기본적인 학습 과정은 거의 일치하지만, 학교의 설립 목적에 따라 제공되는 학업 프로그램, 특별활동이 각각 다르고 학비도 다르기 때문에 카운슬러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Lindenberg의 학교에서는 13-17세 학생이 주당 30시간 1년 동안 수업을 받을 수 있는데, 학생의 희망에 따라 2주에서 52주까지 가능하다. 학비와 기숙사비 등 총비용은 주당 920€이다. Bad Schussenried에서는 9세부터 13세 학생을 수용하는데 주당 25시간 1년 수업을 받을 수 있는데 학비는 Lindenberg와 동일하다.
B양은 현재 Lindenberg에서 1년 동안 독일어 수업한 후 Constance 호수에서 약 2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교회에서 운영하는 여학교인 Heimschule Kloster Wald의 11학년이다. B양은 제법 능숙한 독일어에 영어와 함께 영어와 불어도 공부하고 있고 내년에 있을 대입 준비를 위해 전국적으로 이루어지는 Abitur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 테니스, 승마, 골프와 아울러, B양이 원하는 Music Business를 전공하기 위해 학교의 Band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유럽 음악의 메카라 할 수 있는 Berlin에 방문하여 음악 활동에 관련된 클래식 콘서트나 밴드 공연에 정기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한 Heimschule Kloster Wald에서 새롭게 발견한 미술에 대한 적성을 개발하기 위해 Apprenticeship 프로그램을 통해 조각 수업도 듣고 있다. B양은 이번 방학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대학 입학을 위해 카운슬러의 지원을 받아 대학 리스트를 선정하고 Abitur 성적을 가지고 6개 정도 대학에 지원할 것이다. 독일의 학부는 3년 과정으로 거의 모든 공립대학의 학비는 무료다. B양이 아직 한국에 있었더라면 수능 준비나 대학 입시를 거의 포기하고 있었을 것이다. 독일에서 새롭게 독일어를 배우며 고등학교 학습 과정을 시작하면서 대학과 미래 커리어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된 지금, 부모와의 관계도 개선되어 무한히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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