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컨설턴트 (Educational Consultants), 망망 대해를 항해하는 선장

지난 해 10월 펜실베니아 주에 위치한 W 보딩 스쿨의 입학사무처장 E씨가 한국을 방문하여 필자와 면담을 했습니다. 최근 2, 3년 사이에 W 학교를 위시하여 뉴잉글랜드 지역의 보딩 스쿨에 한국 학생 지원자가 폭증하여 입학 사무처장들은 한국 학생을 선발하는데 여간 애를 먹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보딩스쿨의 치열한 경쟁률
지난 해 W학교에서는 한국 학생 5명을 선발할 계획이었는데 정확히 85명이 지원을 했다고 합니다. 한 달을 두고 원서를 서 너 차례 돌려 읽고 입학사정위원회를 두 차례 열어서 9명에게 Admission을 주고 15명의 학생에게 Waiting Status를 주었다고 했습니다. 물론 9명의 학생 중에는 다른 학교에 지원하여 복수 합격을 했을 경향이 농후했기 때문에, 9명 중에는 학교에 등록을 포기하는 학생이 분명히 발생할 것이라고 기대했답니다. 그래서 정원에 넘치는 Admission을 주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을 방문하기 전까지 2명만이 포기 의사를 밝혔고, 다른 학생은 아직 분명한 답을 주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만약 7명이 전부 등록 의사를 표명하면 당혹스러울 것 같다고 걱정했던 기억이 납니다.

 

최근에 들어 소위 명문 보딩 스쿨에 진학하려는 한국 학생들의 입학 경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입니다. 물론 보딩 스쿨에서 SSAT 표준화 시험 성적 순서대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경쟁률이라면 분명히 합격 통지서를 받아 든 미국 학생의 SSAT 성적보다 한국 학생의 성적이 월등해야 W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에는 명문 보딩 스쿨에 입학하는 미국 학생의 SSAT 평균 성적보다 한국 학생의 성적이 월등하게 우수하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한국 학생들은 졸업하는 선배 한국 학생의 숫자만큼의 한국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한국 학생에게 개방된 문호는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만큼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경쟁을 뚫기 위해서는 학교 선택 문제에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우선 학생의 성격, 흥미, 적성, 학업 능력, 취미, 재능 등을 파악하여 학생에게 적합한 학교를 선택해야 하고, 학교에 대한 정보나 한국 학생에 관한 정보를 꿰뚫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미국의 사립학교는 27000여 개나 되고 보딩 스쿨만 하더라도 수 백 개가 넘기 때문에 미국 현지의 주민이라 하더라도 이 많은 학교에 대하여 정통할 수 없는데, 하물며 외국인으로서 학생에게 적절한 학교를 선택하고 지원 절차를 밟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때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교육 컨설턴트입니다. 이들은 학교를 일일이 방문하고 정보를 교환하여 학교의 교육철학, 교육 이념과 목표, 학업 프로그램과 과외 활동, 학생들의 학교 생활, 교육 내용, 교사진, 지역 정보, 재학생과 졸업생에 대한 최신 정보, 입학 지원과 절차에 대한 정보 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유능한 교육 컨설턴트는 망망대해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몰라 방황할 때 선장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나침반을 이용하고 항법사를 고용하여 더 이상 헤매지 않고 안전하고 빠르게 목적지까지 데려다 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안전하고 정확하게 목적지까지 가려면 과학적인 방법으로 길을 찾아내야 하고 경험이 많은 노련한 선장이어야 합니다. 교육은 사람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내공이 깊은 선장을 찾아내는 것은 아주 중요하지요.

교육 컨설턴트의 역할은?
우선 학교를 선정할 때 학교에 관한 객관적인 정보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의 성격과 능력을 파악한 후 그것에 맞는 학교를 찾아내는 것이 필요한 일입니다. 이와 같은 첫 작업은 학생의 인성, 적성, 지능, 학습 잠재력, 직업 흥미도 등이 심리 검사를 실시하면 좀 더 정확하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학생의 영어 능력이나 학업에 관한 전반적인 학력평가를 실시하여 학생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고요. 교육컨설턴트는 이와 같은 심리검사나 언어 능력 평가, 학업 능력 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학생에 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자료를 근거를 가지고 학교를 검색해야 학생에게 적합한 학교를 선정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또한 학생의 인성이나 학업 능력에 관한 자료는 이를 근거로 원서 작성에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힘이 실린 원서를 완성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료들은 학생이 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학교에서 학생을 이해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에 유용하게 쓰여질 수 있습니다.

 

이번 달 10월 말에 W학교의 E 입학 처장이 또 다시 한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E선생님에게서 올해는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을까 그의 방문이 기다려집니다. 지난 해 과연 Admission을 받은 학생들이 전부 등록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올 해 다시 만나면 이 질문부터 해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