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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쿼이아 그룹/유학관련

ESL 수업 어느 정도 하는 것이 적절한가?

by yhpark@seqgroup.com 2009. 10. 29.

미국 교육부 (U. S. Department of Education)에서는 미국 내에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ESL (Language as a Second Language) 프로그램을 통해 수업을 받아야만 하는 초 중고 학생들의 수가 3500만 명을 훨씬 상회하며, 이들 학생의 자퇴율은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학생들보다 무려 4배나 높다는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미국 학생들의 평균 학습성취도 측정에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요인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주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지방 교육청 주도로 일선 공립학교에서 이중 언어 교육인 ESL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법제화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교육부 관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완전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는 문제 중의 하나가 ‘외국어를 사용하는 학생들이 얼마 동안 ESL 교육을 받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대학 입시에 있어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ESL 과정은 빨리 마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오랜 기간 동안 ESL 수업만 받으면 오히려 영어 습득 속도가 늦어지고 대학 입학에 필요한 과목을 제 때에 수강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높은 점수의 SAT Critical Reading이나 Writing 점수 취득이 어렵고, 필수 학과목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서 명문 대학 입학에 불리합니다.


ESL (Language as a Second Language) 은 얼마동안? 
 

정상적인 미국의 학생들은 초등학교 5-6학년 때가 되면 문법 교육인 Language Art 수업이 끝나고 문학을 교재로 영어 수업을 진행하는 English Literature에 본격적으로 입문합니다. 짧게는 1,2년, 길게는 고등학교 전 과정 4년씩이나 ESL 수업을 듣고 있는 이민 가정의 자녀들이나 유학생들은 미국 학생들에 비해 독해나 Writing 실력이 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가능한 한 짧은 기간에 ESL 수업을 마치고 본 영어 수업으로 진행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다음의 H군의 경우는 ESL 수업에 관하여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며칠 전 올해 중부의 명문 L 보딩 스쿨에 9학년으로 입학 H군의 부모가 상담을 요청하셨습니다. L학교에 입학하기 위하여 H군은 학원 몇 군데를 돌아 다니며 철저하게 SSAT와 TOEFL 시험 준비를 했는데 그 결과, H군의 iBT TOEFL 점수는 110점, SSAT 점수는 65%였습니다. SSAT에 비하여 TOEFL 시험 점수가 두드러진 듯싶었는데 그 이유는, 모 학원의 소위 “TOEFL 찍기” 수업이 주효했다는 것이었습니다.

 

H군의 예를 들어보자.

H군의 부모님은 자녀에 대한 교육열이 남달랐고 두 아들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했습니다. H군의 형이 경기도 소재 외국어 고등학교를 2 년 만에 졸업하고 미국의 명문 대학교에 장학생으로 입학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형은 물론이고 형 못지 않게 H군도 영리하여 부모님을 결코 실망시킨 적이 없었기 때문에 H군의 부모님은 H군도 형의 전처를 밟아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외국어 고등학교에서는 미국의 아이비 리그 대학교에 학생을 입학시키는 것이 학교에 대한 명성을 떨치는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우수한 SAT 점수, TOEFL 점수, AP 점수를 받도록 격려 내지 강요하는 일까지 벌어 집니다. H군의 형은 고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자 마자 5월에 실시하는 AP 시험에서 무려 5과목에서 5점을 받는 쾌거를 이루어냈습니다. 이런 쾌거는 외고 합격 후 겨울 방학 동안 내내 개인 과외를 통하여 AP 수업을 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원하는 과목을 가르치는 학원이 없었기 때문에 엄청난 액수의 과외비를 지불하고 개인 과외를 했습니다.

 

형의 길을 따르는 H군도 물론 미국 학교에 입하하기 전 중국어, 화학, 경제학 등의 개인 지도를 받았습니다. H군의 부모는 H군이 아주 우수한 TOEFL 점수를 받았기 때문에 H군이 ESL 수업이 필요하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고 어떻게 해서든 우수한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학생들 보다 높은 수준의 과목을 미리 듣는 선행 학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뿔싸! H군이 L학교에 입학에서 배정받은 과목은 ESL 집중 과목들이고 정규 과목이 아니었습니다. H군이 선행 학습해온 중국어나 화학 수학 등의 수업은 아예 접해 볼 수도 없었습니다. H군은 자신의 영어 실력에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영어 능력이 모자라는 다른 학생들과 함께 ESL 수업을 듣는 것에 자존심의 상처를 받았고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었으며 형과 같이 될 수 없다는 조바심마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이에 부모님은 학교에 Appeal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메일을 이용하여 H군의 상황을 설명하고 정규 9학년 수업을 듣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학교의 브로슈어에 적혀있는 Challenging Programs를 제공한다는 내용에 반하는 일이라며 이를 인용하여 강력하게 항의 하기도 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얼굴을 마주하며 이야기할 때는 비록 영어 실력이 좋지 않더라도 말하는 사람의 태도나 톤을 감지하게 되면 항의의 수준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하게 대응 혹은 대처 할 수 있게 되는 법입니다. 그런데 H군 부모의 경우 바디랭귀지를 제공할 수도 없고 언외의 의미에 대한 해석의 여지도 남길 수 없는 메일을 사용했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H군의 부모가 항의하는 의미 이상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의 ESL 선생님을 비롯 Academic Dean과 교장 선생님까지 H군의 부모의 태도를 불쾌하게 여겨 감정 싸움의 형상으로까지 확대되었습니다. 그래서 ESL 선생님은 H군을 독대하여 말하기 시험과 쓰기 시험을 보고 H군의 영어 능력을 평가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H군의 영어 능력은 본 영어 수업을 따라 갈 수 없다는 결론이었고 특히 쓰기 부분이 대단히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H군의 부모는 L학교의 태도를 ESL 수업비를 더 챙기기 위한 것으로 오해하게 되었고 그래서 한 단계 더 높여 강력하게 항의하는 편지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H군은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룸메이트를 동원하여 자신의 영어 실력이 미국 친구들과 어울리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증언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대응에 대하여 학교에서는 H군의 학업 평가에서 조금도 물러서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팽팽하게 대결하는 양상을 띠게 되었습니다.

 

시험 점수와 실제 실력을 오해하지 말자.

H군이나 L학교 모두 문제가 있다고 보여졌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긴장되는 상황을 연출하게 된 것은 H군의 부모의 오해도 큰 몫을 했다고 여겨집니다. H군의 TOEFL 성적에 대한 과신이지요. H군의 실제 영어 능력은 TOEFL 성적에서 보여주는 그 능력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실제 상황에서 H군은 TOEFL 성적에 준하는 Performance를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지요. 한국의 학원에서 정상적으로 영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학습을 제공했던 것이 아니라, 시험을 위한 준비, 시험 보는 요령을 가르쳤던 것이고, 실제 학업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작문 능력을 배양했던 것이 아니라, 점수 잘 받을 수 있는 작문 모델을 만들어 암기하게 하는 수준의 교육을 제공했던 겁니다. 부끄러운 우리나라의 교육의 현주소라고 할 수 있지요.

 

H군의 경우 무조건 ESL 을 빨리 탈출하는 것만이 해답이 아닙니다. 진정한 영어 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보딩 스쿨에서 서너 명의 학생을 상대로 정식 ESL 교사가 학생들을 지도할 경우 학생들의 말하기 능력은 물론 글쓰기 능력이 놀라울 정도로 향상되고 있음을 목격합니다. 진정하게 영어 능력을 향상시킨 후 수준 높은 수업을 따라가는 것이 정상적인 수순일 것입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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