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중앙일보에 게재되었던 칼럼입니다.
오피스텔로 이사 … 여윳돈은 투자
'행복' 뺀 추가 비용 연 1560만원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의사 A씨 가족은 자녀의 유학을 위해 어머니가 함께 유학을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다. A씨 부인은 커뮤니티 컬리지에 입학 허가서를 받아서 학생 비자를 신청했습니다. 안정적인 유학생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두 자녀도 사립학교에 등록했습니다. 의사인 A씨는 서울에 홀로 남아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비용 측면에서 본 기러기 가족의 손익계산서를 산출해볼까요?
A씨 부인의 학비는 연간 7,000달러였고 두 자녀의 학비는 각각 1만8,000달러 정도였습니다. 아파트 월세는 1200달러로 연간 1만4400달러가 필요했죠. 생활비로는 월 2000달러가 들었습니다. 이 비용으로는 서울에서처럼 자유롭게 외식도 하고 여행도 하기 어려웠습니다. 두 자녀는 데이스쿨을 다녔기 때문에 학교에서 모든 특별활동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어서 개인적으로 피아노 레슨과 ESL 과외를 받아야 했는데, 월 600달러 정도를 지불해야 했습니다.
한편 A씨는 10억원 하는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이를 4억원에 전세 놓고 대신 1억원짜리 오피스텔에 전세를 들어갔습니다. 나머지 3억원을 투자해 10% 투자 이익을 챙겨 월 300만원의 수입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네 식구가 함께 생활하다가 A씨 혼자 생활하게 되어 생활비가 절약되었지만, 외식비 등 지출이 많아 생활비가 산술적으로 4분의 1로 줄어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월 200만원 절약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 동안 두 자녀의 사교육비로 월 150만원이 소요되었기 때문에 연간 1800만원을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최종적으로 A씨 부인이 미국 유학에 지출하는 총비용은 9360만원 정도이고, A씨가 절약할 수 있었던 비용은 7800만원 정도였습니다. 두 자녀의 유학에 따른 가족 전체의 연간 추가 부담은 1560만원 선에 불과하다는 계산입니다.
그러나 이 비용에는 기러기 아빠로서 생활의 불편함과 외로움, 단란한 가족이 갖는 행복감에 대한 상실 비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입니다. 서울에서 비교적 여유 있게 살았던 가족이 경제적으로 빡빡한 미국 생활을 해야 합니다. A씨 부인은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가면서 자녀를 돌봐야 하고 더구나 자신도 공부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한국에 있는 A씨도 외로움과 유혹을 떨쳐가며 가족의 생계를 위해 수입을 늘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쌓이기 마련입니다. 이처럼 가족이 해체 위기로 치달을 수 있는 기러기 가족의 생활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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