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자유분방합니다. 왼손으로 필기를 하다 보니 거의 누워있는 자세로 수업하는 학생, 다리가 길어서 책상 밖에까지 다리를 쭉 뻗고 있는 학생, 심지어는 다리를 계속 달달 떨면서 수업을 듣는 학생 등 별의 별 자세를 취하고 수업에 임합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유학 간 학생들이나 교포 학생들은 제법 자세가 반듯한 편입니다.
자유분방한 미국 학생과 점잖고 과묵한 한국 학생
미국에서 자라난 교포 2세, 한국에서 온 유학생, 그 누구를 막론하고 한국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퍽 과묵하고 점잖습니다. 수업 시간에 반듯한 자세로 과묵한 것만이 과연 올바른 태도일까요? 수업 시간에 점잖고 과묵한 것은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닙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며,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말일 수 있습니다. 왜 우리 나라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걸까요?
우리 문화 속 깊이 뿌리 박힌 내향성과 남을 의식하고 눈치를 보는 태도 때문일 것입니다. 내향적인 학생들은 조용하고 얌전하기는 하지만 남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이런 말을 하면 다른 학생들과 선생님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라는 걱정 때문에 침묵은 금이다라는 격언을 되뇌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마음 약한 친구들은 혹시나 선생님이 자신을 지적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여 다른 학생들이 발표하는 것은 듣지 않고 무엇을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마음 속으로 리허설에 열중하기도 합니다. 영어가 안 되는 학생일수록 이런 현상이 심해 가슴을 콩닥거리며 대답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남을 의식하고 눈치를 보는 한국 학생들
또한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어른 공경과 겸손의 도덕 규범에 바탕을 둔 겸양지덕 때문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선생님은 나보다 어른이고 당연히 더 많은 지식을 갖고 계실 테니까 라는 생각으로 수동적 자세를 보입니다. 감히 선생님의 말씀에 토를 달아, 너무 당돌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수업 시간에는 나이나 직급, 지식의 정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주어진 토픽에 대해 나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며, 이를 발표하는 것이 중요한 일입니다.
유학생에게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이유가 언어 문제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갓 유학 온 학생에게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것을 기대하는 선생님은 없습니다. 원어민 학생들도 실수를 하고 때로는 잘못된 문법을 구사하니까요. 자신 있게 자신의 생각을 떳떳하게 발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은 이렇게 생각하고 자신과 다르게 생각하는 학생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다른 점을 비판하고 또는 이를 수용하는 겸허가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와 같이 자신의 의견과 남의 의견을 비판 수용하는 자세에서 타협의 기술이 생겨나고 이를 통하여 진정한 지식을 소유할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남의 의견을 비판 수용하는 자세를 통해 지식을 소유하게 됨
수업 시간에서 점잖을 빼며 고고한 자세를 지키고 있을 때 가장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문제를 생각해 봅시다. 이런 학생의 가장 치명적인 손해는 상급 학교 진학할 때 선생님께서 써주시는 추천서에서 나타납니다.
필자는 자주 미국의 보딩 스쿨 관계자를 방문하거나 서울을 찾는 보딩 스쿨 입학 사정관들을 만나 대화를 나눕니다. 이들과의 대화 중 가장 흔하게 지적되는 문제점들의 하나는 한국 학생들의 추천서에 관한 내용입니다. 한국 학생들은 담당 선생님에게서 공부를 잘 하는 얌전하고 성실한 학생이라는 표현은 많지만,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수업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말은 거의 듣지 않는다고 합니다. 즉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주는 강의 내용을 그대로 수용하는 소극적인 학생이지, 개성이 강한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어떤 선생님은 학생에게 써준 추천서에서 ”내 수업에서 시험을 잘 봤기 때문에 A 학점을 주었지만 개인적으로 그 학생을 자세히 모르겠다”고 했답니다.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학생은 교사 추천서에서 불이익을 당함
그래도 보딩 스쿨에서는 학생 수가 적고 학급 사이즈가 10명 이내로 운영되기 때문에 그런 경우는 드물지만, 교환 학생이나 주재원 자녀가 다니는 공립 학교는 수 천 명을 수용하기 때문에 담당 선생님이 많은 학생 중에 끼어 소극적으로 입을 꽉 다물고 있는 학생에 관하여는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지식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하겠지요.
추천서는 일반적으로 영어 선생님, 수학 선생님, 담임 선생님 격인 Guidance Counselor 등 3명의 선생님께 받습니다. 선생님이 편지를 쓰듯이 자유롭게 작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학교의 고유한 추천서 양식이 있을 때에는, 학업 성취도뿐 아니라, 지적 호기심, 창의력, 자신감, 솔선수범, 독립심, 학업 동기와 학습 자세 등 상세한 평가를 요구합니다. 일반적으로 평가하는 항목을 다음과 같습니다.
Academic Achievement
Intellectual Curiosity
Effort / Determination
Ability to Work Independently
Organization
Creativity
Willingness to Take Intellectual Risks
Concern for Others
Honesty / Integrity
Self-Esteem
Maturity
Responsibility
Respect Accorded by Faculty / Peers
Emotional Stability
[추천서에서 평가되는 항목들]
보시는 바와 같이 학업에 관한 내용만이 아니라 학생의 개인적인 성향이나 개인적인 특성을 묻는 질문이 많습니다. 평소에 적극적 수업 참여와 자아표현이 부족한 학생에 대하여 선생님이 증언해 줄 수 있는 말이 과연 어느 정도가 되겠습니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이를 존중 받는 문화가 아닌 무조건 일방적으로 주입식 지식을 강용하고 이를 받아 드리라고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 혹은 토론 과정 없이 개인의 의사가 무시되는 사회에서 성장한 한국 학생들이 소극적으로 과묵하게 책상을 지키고 있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업 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태도가 필수적
그러나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자신 있게 표현하는 훈련은 대학에 입학하여 학업에 적응하기 위해 필수적이며, 사회에 진출하여 자신의 몫을 당당히 적극적으로 수행해 가기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입니다. 수업 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태도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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