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서 제출 끝 낸 Senior 들에게 고함

우리 나라에서는 입시생이 집 안에 있으면 모든 가족들도 모두 한 마음이 되어 “입시 모드”로 전환해야 합니다. 아버지가 일찍 귀가하여 TV라도 시청하려고 하면 고3 딸 공부에  방해된다는 아내의 신경질적인 반응에 주눅이 들어 제 집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쉴 지경이 됩니다. 고3 형 때문에 중학생 동생은 늘 찬 밥 신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시생 본인은 “고3병”을 앓기도 합니다. “고3병”이라 함은 정신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신체적인 병적 현상이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늘 스트레스를 받고 어깨를 움츠리고 있어서 뒤 목이 뻣뻣해지고 심지어는 목의 근육이 머릿속의 신경을 자극하여 두통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미국에도 고3병이 있습니다.
미국에도 “Senioritis” 라는 "고3병"이 있습니다. 12학년, 고3이라는 뜻의 “Senior”에, 염증, 병명 등에 붙는 “tis” 라는 접미사를 붙여 만든 신조어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고3병"은 우리나라의 "고3병"과는 아주 차원이 다른 증상이 나타나는 병입니다. 한국의 "고3병"은 긴장이 지나쳐 스트레스에서 오는 병이고, 미국의 "Senioritis"는 방만이 지나쳐 긴장을 풀기 때문에 나타나는 병입니다.

한국의 고3병은 스트레스에서 오는 병이고 미국의 고3병은 방만에서 오는 병입니다.
미국의 "고3병"은 조기 지원의 경우 10월에, 정시 지원의 경우 12월 말에 원하는 대학교에 지원한 후 갑자기 공부에 흥미를 잃고 학업을 등한시 하며 어영부영 시간만 때우다가 졸업이나 하자는 생각을 하는 12학년 학생들에게 나타나는 병입니다. 10학년, 11학년 긴장하며 학점 관리 잘 하고 SAT 시험 준비 열심히 하고 여름 방학을 맞아 기특하게 봉사 활동도 열심히 하다가, 대학 입학 지원서를 제출하고는 “이제부터는 해방이다” 하며 3년간 잘 지켜오던 건강하고 건전한 생활 패턴을 대담하게 내팽개쳐버리고 긴장을 풀고 심하게는 일탈을 감행하려는 성향을 말합니다.

 

그러나 12학년의 후반기는 학업적으로 큰 성장을 할 수 있는 시기인데, 이 기회를 허무하게 흘려 보내는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입니다. 12학년에는 다양한 선택 과목이 개설되어 있고 학교에 따라서는 “Independent Study”, “Individual Project” 등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어 학문적인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귀중한 시기입니다.

 

이런 시간을 허비하여 학업을 소홀히 한 12학년 학생들의 학업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부 대학에서는 입학 후 Remedial Courses의 수강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마치 우리 나라의 서울대학교 등 명문 대학에서 신입생들의 “미적분”, “벡터” 등의 실력이 모자라서 입학 후 보충 수업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12학년 때 이수해야 하는 학업을 제대로 이수하지 못했을 경우 대학에 입학하여 성공적인 대학 생활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합니다

 

고3병은 대학 입학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Senioritis"의 심각성은 대학 입학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12학년 학생들은 1월 1일 늦게는 2월1일 정도에 마감하는 원서를 제출한 이후에는 해방감을 만끽하며 학업을 게을리합니다. 더구나 3월, 4월경에 입학 허가를 받고 나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행복감을 느끼며, 어떤 행동도 용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명문 대학에서 입학 허가를 받고 나면 방만해질 수밖에 없지요. 과제를 대충 처리하거나 아예 제출을 포기합니다. 술도 마셔보고 담배도 입에 댑니다. 데이트도 하고 혹은 어른이 비운 친구 집에 모여 파티를 열고 호기심에 마리화나에 손을 대보기도 합니다.

 

조기 지원 시 12월 말 이후, 정시 지원 시 3월 이후 받게 되는 입학 허가서는 12학년 말까지 지금 같은 성적을 유지한다는 것을 전제로 조건부 입학을 허가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12학년 말 학업 성적이 갑자기 부진해진다거나 품행에 문제가 있어서 학교에서 응분의 처벌을 받았을 경우에는 입학이 취소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몇 년 전Lehigh 대학교에 조기 지원하여 합격 허가서를 받았던 K군은 기숙사에서 후배를 폭행하여 학교 정학 처분을 받았고 Mid-Year Report가 Lehigh 대학교에 전달되어 입학이 취소 되었던 사례가 있었습니다.

 

지금쯤 대학 진학 원서를 제출하고 느긋하게 놀 궁리만을 일삼는 Senior들에게 고합니다. “Senior들은 다시 한 번 정신을 차리고 학업에 정진하시고 학생의 본분을 망각하지 않도록 행동거지에 조심하십시오. 특히 졸업 시즌이 되어 Prom 등의 파티에서 탈선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으니 졸업 때까지 학업에 정진하고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하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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