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4일 자 동아일보에 흥미로운 기사거리가 게재되었습니다. 재미교포 김승기씨의 Columbia Teacher’s College 박사 논문인 “한인 명문대생 연구”에 따르면 미국 명문대에 진학한 한인학생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이 졸업을 못하고 학업을 포기하고 있다고 합니다.
1985-2007년 하버드, 예일, 코넬, 컬럼비아, 스탠포드, 캘리포니아 버클이대학 등의 14개 명문대에 입학한 한인 학생 1400명 가운데 44%인 616명이 중퇴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같은 기간의 미국 학생들의 평균 중퇴율 (34%)를 10% 웃도는 수치이고, 유대인, (12.5%), 인도인 (21.5%), 중국인 (25%)의 중퇴율은 한인 학생보다 크게 낮았다고 합니다. 이 논문에서 “학부모들의 지나친 입시 위주의 교육 방식이 한인 학생들이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게 되는 주된 이유이며, 이는 학교 생활과 미국 사회 진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수 차례 그래미상과 에미상을 수상했던 미국의 유명 음악감독Randy Newman이 “Korean Parents”이라는 노래를 발표했는데, 인터넷상에서는 한국의 교육열을 폄하한 것 이라며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교육열로 말할 것 같으면 중국인이나 인도인들이 한국부모보다 훨씬 더 맹렬한데 Randy는 하필이면 Korean Parent라고 붙였는지 의아해 지기도 합니다. 어쩌면 역설적으로 미국 교육에 대한 자조적인 넋두리로 미국 교육에 대한 부실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죠. 어쨌든 한국 부모의 교육열은 외국 노래가사를 장식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되었나 봅니다.
우리나라는 자식이 좋은 학교 나와서 출세하면 장한 어머니상을 받고, 자식이 잘못되면 모든 죄를 부모가 뒤집어 쓰고 부모가 죄인이라고 나서는 특이한 나라입니다. 수능 시험 전에는 온 나라의 교회나 성당, 절에서 수능 시험을 위한 기도회나 법회가 열리고 있는데, 이에 참가하지 않은 고3 엄마는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죄질이 나쁜 엄마가 되지요.
오늘 남편의 동창 모임에 갔는데 몇몇 부인들이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이유인즉 미국에 유학간 자녀가 Senior라 대학 지원을 해야 하는데 이를 지원하기 위해 1-2달 간 자녀가 있는 미국의 보딩 스쿨 근처에 집을 얻어 자녀 곁에 가있다는 겁니다. 보딩 스쿨에 다니면 평일에는 학교 밖으로 나올 수도 없는데 의아했습니다. 아무튼 멀리 한국에서 손 놓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은 죄질 나쁜 엄마이기 때문에 엄마의 소임을 다하기 위함이었나 봅니다. 엄마가 미국에 가서 지원 서류를 검토하고 자녀가 SAT 시험을 볼 때 응원하기 위해 1-2달 간 집을 얻어 생활을 하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자녀의 명문대 합격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는 아버지의 고단함과 타국에 가서 고생을 하는 어머니의 정성이 눈물겹지 않습니까?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잘된 자식 교육이고 어떻게 하는 것이 잘못된 자식교육이냐는 겁니다. 자녀의 적성이나 행복감과는 상관없이 명문대학 일류대학을 가는 것이 성공적인 자녀 교육인가요? 자녀의 명문 학교 입학을 위해서는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일도 불사하는 추악한 부모도 있습니다. 입학 원서의 중요한 부분인 에세이 작성을 전문가에 맡기는 경우도 있고,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를 대신 해달라고 의뢰하는 부모도 있습니다.
경기도에 위치한 모 외고에서는 4-5명이 한 조가 되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발표하는 경연대회를 열었습니다. 이에 참가하는 리더의 어머니가 자녀들은 SAT와 학교 시험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작성할 시간이 없으니 모델을 만들어 프리젠테이션 할 자료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자녀의 성공을 위해서는 표절이나 대필쯤의 불법은 하찮은 것이고 대학만 가면 무엇이든 해결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 대학에 입학해서 학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더라도 학교에 제출하는 리포트도 전문가에게 의뢰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부모도 있습니다.
이런 부모의 자녀들은 부모의 정성과 노력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집단 커닝을 하고 인터넷을 뒤져 표절을 하는 것도 불사하며 좋은 성적을 내도록 온 힘을 기울입니다. 얼마 전에는 SAT 시험을 볼 때 허술하게 감독하는 미국 학교의 제도를 악용하여 먼저 수학 시험을 보고 답을 계산기에 입력하여 다음 시간에 보는 학생에게 넘겨준 학생도 있었습니다.
위에 언급한 추악한 부모나 자녀는 일종의 열등감을 포장하기 위해 양심을 저버리고, 비리도 불사하는 태도를 보이는데, 이것은 죄의식을 느끼는 초자아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기적인 본능만이 이기적으로 활성화된 상태지요. 부모는 자녀의 명문대학 입학을 위해 죄의식 없이 양심을 투기해 버리고, 자녀는 동기 유발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모의 기대나 정성에 부응하기 위해 하기 싫은 공부를 하다 보면 자연히 표절이나 컨닝을 감행하게 됩니다. 부모나 자녀 모두 자아의 불안감이 위장되고 열등감이 표출된 결과지요.
남을 이겨야, 남에게 자녀의 성공을 자랑해야, 직성이 풀리는 가족 이기주의에 빠진 우리 사회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삶을 지향하는 연민의 사회라고 하겠습니다. 부모들은 무엇이 행복이고 무엇이 자녀 교육의 성공인지를 한 걸음 뒤로 물러 서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부모의 과도한 정성으로 입학한, 오직 시험 점수에 목을 매던 학생들은 명문대학에 입학해서도 진정한 학문이 무엇인지, 자신에게 필요한 공부가 무엇인지, 그 필요한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를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릅니다. 오로지 SAT와 AP 시험, GPA에만 몰입하던 학생들은 진정한 대학 교육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없습니다. 그래서 위의 논문에서처럼 한국 학생은 외국학생보다 중도 포기를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김승기씨는 논문에서 “한인 학생들은 대학 입학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의 75%를 공부에 투자하고 25%만 봉사와 특별활동에 할애한다고 응답했다 합니다. 하지만 미국 일반 학생들은 공부와 봉사 및 특별활동에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이 반반이라고 답했다.’라고 했습니다. 그나마 25%를 특별활동과 봉사에 투자했다고 한 것은 김승기씨가 교포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구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교포 학생이나, 조기 유학하여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은 미국식 사고 방식에 젖어 있어서 그나마 조금 낫습니다. 학교에서 방과 후 운동 경기도 하고 봉사활동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외국어 고등학교의 유학반이나 일반고에서 명문 대학 입학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의 경우는 좀 더 심각합니다 물론 대다수는 아니겠지만 소수의 학생들은 겉으로 드러내기 위한, 사정 담당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겉치레의 봉사활동과 특별활동을 하고 있으니까요. 단순히 원서를 화려하게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봉사 활동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진정한 의미의 봉사활동과 특별활동은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합니다. 또한 동료와 이웃을 통하여 효율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배울 수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가는 능력을 배양합니다.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한 봉사에 대한 의미를 터득하고 세계를 보고 미래에 대한 전망을 할 수 있는 안목을 기릅니다. 또한 남을 배려하는 훌륭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진정 초자아가 건강하게 형성될 수 있는 봉사활동과 특별활동을 경험을 통해 명문 대학에 입학하여 학업을 수행하며 진정한 글로벌 리더의 미래를 위해 준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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