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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가의 손길이 자녀의 Career에 날개를 달아 드립니다.”
교육일반

패스트 푸드와 교육

by yhpark@seqgroup.com 2009. 1. 26.

저는 햄버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외국을 여행하며 고속

도로를 달리다가 배가 고플 때 어쩔 수 없이 휴게소에 있는 McDonald’s를 찾습니다. 혹은 붐비는 대도시에서 딱히 무엇을 먹어야 좋을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거나 식당의 질에 신뢰감이 들지 않을 때 그나마 햄버거의 맛은 검증된 것이기 때문에 이런 때만 햄버거를 찾습니다.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나이 많은 한국 아줌마의 식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고, McDonald’s에서는 느긋하게 앉아서 먹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인체공학에 철저하게 반하여 디자인된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 주문하고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웅성거림, 마이크를 사용해 가며 큰 소리로 주문을 받는 소란스런 종업원들, 손님이 나가자 마자 부산스럽게 테이블을 치워대는 다른 종업원들… 이들 때문에 앉아 있는 손님은 불안할 수 밖에 없고 그러니까 입 안에 쑤셔 넣듯이 허둥지둥 밀어 붙이듯 먹고 난 후 허겁지겁 일어서게 되지요. 아마도 최대한 빨리 빨리 한 손님을 해결하고, 또 다음 손님을 받아 최대의 매출을 산출해 내려는 McDonald’s의 철저하게 계산된 장치가 아닐까 합니다.

 

이와 같은 McDonald’s의 Fast Food 마케팅 전략은 요식 업계는 물론 인간들의 삶의 방식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정치나 경제, 사람들의 가정 생활, 의료, 교육, 여행, 여가 활동 등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Wikipedia에 간략하게 소개된 바에 의하면 사회학자 George Ritzer가 그의 저서 “The McDonaldization of Society” (1995)에서 “전세계는 McDonaldization 되고 있다”라고 설파했다고 합니다. 즉 사회 전체는 McDonald’s가 만들어낸 패러다임, 즉 속도와 효율성을 숭배하고 이를 위해 나아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속도는 기업이나 인간의 경쟁력이고, 효율성이나 생산성은 경제 능력과 직결됩니다. 단지 손님은 매상을 올려주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매출을 올리기 위한 마케팅에 온 열성을 쏟습니다. 종업원은 마치 Charlie Chaplin이 "Modern Times"에서 컨베이어벨트 앞에서 끊임없이 다가오는 나사를 조이는 일을 반복했던 것처럼 오직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으로, 언제든지 다른 부품으로 갈아치우듯 쉽게 해고도 가능한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손님과 종업원 모두 인간 상실을 경험합니다. McDonald’s의 기업가 정신 덕분에 “속도와 효율성”은 인간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미덕으로 자리를 굳히게 됩니다. 더 이상 인간성에 대한 배려는 없습니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구미에서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사람들이 지금까지 우리들이 숭상했왔던 미덕에 대하여 회의가 움트기 시작했습니다. 속도와 능률만이 최고의 미덕일까? 과연 이것들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McDonald’s의 삶의 방식이 최상위 모드가 아니라는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McDoanld’s의 삶의 속도인 "Presto"에 회의를 느끼고 과거의 삶의 속도인 "Adagio"로의 회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속도전이 주는 만족과 성취에서 불안과 불만이 드러났고, 인간 소외 현상과 환경 파괴 현장을 발견하게 된 거지요.

 

1990년대 오스트리아에서 “시간 늦추기 회(느긋하게 살기)”에서 유래한 Slobbie 대한 관심이 90년대 후반기에 들어 증폭되기 시작했습니다. Slobbie란 천천히 그러나 더 좋은 일을 하는 사람 (Slow But Better  Working People) 의 약칭으로 미국에서 처음 사용했습니다. 80년대 미국의 신흥 부유층으로 각광받던 여피(Yuppie)가 젊은(Young) 도시 거주자(Urban)들로 연소득 5만달러 이상의 전문직(Professional) 종사자들이었다면, 이를 거부하는 Slobbie는 일확천금에 집착하지 않고 성실하고 안정적인 삶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들로, 출세나 성공보다는 가정의 평안을, 물질적 융성보다는 마음이나 정신의 풍요에 더 큰 의미를 둡니다.  



Slobbie 들은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복잡한 사회에서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사람들로, 연봉이 더 높은 회사로 일자리를 옮기거나, 부동산 투기를 하며 거부의 꿈을 꾸며, 바쁜 삶을 영위하는 현 세태를 거스릅니다. 현재의 직장에 충실하고, 안정적인 가정 생활을 유지하며, 편안하고 느긋하게 마음의 평화를 즐깁니다. 소비나 저축은 보수적으로, 자연을 사랑하고, 산보를 즐기고, 인스턴트 음식을 거부하고 Slow Food를 선호합니다. 용트림하는 사회의 패러다임이나 트렌드에 무턱대고 휩쓸지 않고, 남의 의견이나 시선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성향과 판단에 따라 생활하는 사람들입니다. 한마디로 사회의 압력에 용감하게 대항하여, 부화뇌동하지 않고, 자연이 부여한 인간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자신의 주체성과 정체성을 확립하는 사람들이지요. 아마도 최근 Lehman Brothers의 몰락을 도화선으로 금융 대란이 일어나고 있는 요즘 이와같은 생각은 더욱 팽배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의 교육 현실은 어떤가요? 초중고는 물론, 심지어 대학에서도 McDonaldization이 진행되고 있지는 않은가요? 수 백 명이 듣는 대규모 강의, 교수 아닌 겸임교수 또는 시간 강사에 의한 수업, 에세이와 리서치 과제보다는 채점하기 손 쉬운 사지선다형 객관식 시험, 인간에 대한 성찰이 아닌 시험 점수로 줄 세우기, 교수와는 거의 인간적인 접촉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 최상의 학점을 받고자 재수강이나 유급도 불사하는 학생들, 인문학은 외면한 채 실용 학문만을 추구하는 학문적 풍토, 법률 대학원이나 의학대학원에 목을 매는 학생들, 토플 토익 자격증 등 취직 시험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학업 풍토, 상급학교에 진학한 학생의 수나 졸업 후 취업 상황 등으로 평가되는 학교의 질 등에서 대학은 속도와 효율성만을 추구하고 있음이 목격됩니다.


초 중 고등학교의 수업은 이미 사교육을 통해서 배운 선행 학습을 근거로 이루어 집니다. 특목고 준비를 위해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이를 준비해야 하고 영어 준비를 위해 초등학교 고학년 때 단기 유학을 다녀와야 하는 현실, 다른 학생에 비교해 영어 능력이 저조할 것을 우려하여 방학을 이용하여 언어 연수를 다녀와야 하는 우리 자녀의 모습 등은 McDanaldiziation이 진행되고 있는 우리의 초중학교의 현 세태입니다. 모든 학생들이 수행 평가를 하기 위해, 음악 미술 체육 시험을 보기 위해, 특별 과외를 받고, 학원에서는 시험 요령을 가르치고, 논술 작성 요령이 논술 작법을 대신합니다. 심지어 중학교 시험에 족보가 등장하고 일부 출판사에서는 기존에 출제되었던 시험지를 모아 문제집으로 만들어 판매합니다. 또한 이를 출제한 교사들과 그 저작권이 어디에 있는지를 가리는 법정 싸움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Fast Food에서의 속도와 효율에 대한 회의가 생겨 Slow Food가 각광을 받고 있는 요즈음, 인간성을 상실하고 속도와 효율성과 계산에만 몰입하는 Fast Education이 아닌, 진정한 인간성을 발견하고 학생의 개개인의 능력에 대해 각자가 지닌 잠재력의 개발에 대해 철저하게 고민하는 Slow Education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요? 기본으로 돌아가 우리의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교육이 무엇일까 고민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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